Song: Historicity Duration: 7'50''
Artist: Vijay Iyer Trio
Album: Historicity Release Year: 2009 Label: ACT Music
Credits / Personnel
Vijay Iyer, Piano, Producer
Stephan Crump, Double-Bass
Marcus Gilmore, Drums
Recorded by Joe Marciano (Systems Two, Brooklyn/NYC; 2008–2009 sessions)
Historicity는 아름다움으로 들어오는 음반이 아니다. 이 앨범은 처음부터 귀를 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소리는 단단하고, 리듬은 울퉁불퉁하며, 전개는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그래서 청취자는 ‘몰입’보다 먼저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이 첫 감각이 중요하다. 이 음반에서 딥 리스닝은 “편안히 빠져드는 일”이 아니라, 내가 붙잡고 있던 시간 감각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Historicity 곡의 시작은 “편안한 그루브”가 아니라 형태가 비대칭인 두 개의 선으로 귀를 사로 잡는다. The New Yorker는 이 오프닝을 “왼손의 비대칭 라인”과 “오른손의 민첩하고 날렵한 라인”의 병치로 묘사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시작부터 곡은 이렇게 선언한다.
“여기엔 안정된 중심(다운비트의 소유)이 없다. 대신, 서로 다른 움직임들이 동시에 진행된다.”
딥 리스닝의 첫 과제는 감정이 아니라 좌우(또는 상하) 시간선의 충돌을 견디는 일이 된다.
이 앨범의 핵심은 ‘복잡함’이 아니라 ‘시간의 무게’다
복잡함은 결과다. 원인은 따로 있다. 이 트리오는 시간을 매끈하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박이 미끄러지고, 악센트가 엇나가고, 합주가 일부러 균열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곡을 “따라간다”기보다, 계속해서 현재 위치를 재계산하게 된다.
일반적인 트리오에서 드럼은 박을 ‘찍고’, 베이스는 바닥을 ‘깔고’, 피아노는 그 위에서 ‘말한다’.
하지만 Historicity에서는 이 분업이 안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박자는 고정된 바닥이 아니라 세 악기가 교섭하며 생산하는 사건이 된다.
이 음반이 “헤비하다”는 느낌은 단지 강한 타건이나 밀도 때문이 아니다. 역할이 뒤집히는 순간마다 청취자는 낯선 힘을 느낀다. 리듬이 배경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무엇”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리듬 구조: 고정 박자가 아니라 “지속되는 펄스 + 이동하는 분할”
겉으로는 “박이 있는 음악”이다. 하지만 그 박은 우리가 익숙한 방식(일정한 소절 감각, 예측 가능한 악센트)으로 정착하지 않는다. 최근 공연 리뷰에서 아츠퍼스(ArtsFuse)는 비제이 아이어의 음악의 리듬 핵심을 “펄스(pulse)”로 보되, 그 펄스가 변화하는 박자(미터)를 견딘다고 요약했다.
즉, 이 곡은 “박자를 바꾸는 곡”이라기보다 더 정확하게는:
펄스는 계속 살아 있고 그 위에서 분할(악센트, 프레이징, 길이감)이 계속 바뀌는 곡이다.
즉, 마커스 길모어(Marcus Gilmore)의 드럼은 박을 고정하기보다 박의 성격(질감, 무게, 방향)을 계속 바꾼다. 심벌/스네어/탐의 배치로 “여기가 1”이라고 알려주기보다, “1이 여러 개일 수 있다”는 느낌을 만든다. 그래서 그루브는 안정이 아니라 압력으로 체감된다.
베이스: 지지가 아니라 ‘저층의 서사’로 움직인다
스테판 크럼프(Stephan Crump)의 베이스는 단순 루트 제공이 아니다. 피치(음높이)로 바닥을 깔기보다, 리듬 셀을 만들거나(짧은 반복), 때로는 아르코(활)로 저음을 “안정”이 아니라 마찰의 장으로 바꾼다.
저음이 흔들리면 청취자의 몸은 본능적으로 불안해진다. 이 불안이 바로 이 앨범의 추진력이다.
피아노: 멜로디가 아니라 ‘타건의 윤리’로 말한다
비제이 아이서(Vijay Iyer)의 피아노는 “노래”를 하되,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코드가 길게 펼쳐지기보다, 짧은 덩어리로 끊겨 들어오고 반복되는 리듬 셀이 미세하게 변형되며 왼손/오른손이 동일한 시간선에 합의하지 않은 채 교차한다
그 결과 피아노는 선율 악기이면서 동시에 타악기로 들린다. 바로 여기서 “울퉁불퉁함”이 음악적 구조가 된다.
제목이 곡을 설명한다: “역사성”은 내용이 아니라 시간을 놓는 방식
이 앨범(그리고 타이틀 곡)의 핵심을 비제이 아이어의 라이너 노트 인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역사의 흐름 속에 놓이는 것”이며,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과거”라는 취지이다.
비제이 아이어의 라이너 노트는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시간의 심리적 지각, 그리고 “초문화적 뉴욕의 일상”을 참조한다고 할 수 있다. 초문화적(transcultural)은 “여러 문화가 나란히 존재한다”가 아니라, 서로 다른 공동체의 리듬과 규칙이 매일 같은 공간에서 겹치고 충돌하며 서로를 바꾸는 상태를 뜻한다. 비제이 아이어가 뉴욕을 설명할 때도 같은 결로 말한다. 뉴욕은 “mix of styles”도 “fusion”도 아니라, “공동체의 겹침 (overlap of communities),” “병치(juxtapositions), 충돌(collisions), and 균열(ruptures)”이라고 표현 했다.
이 말이 중요한 이유는, 초문화성이 단지 정체성(어떤 문화의 사람들) 문제가 아니라 시간 감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뉴욕의 일상은 늘 타인의 시간과 맞물린다. 같은 거리에서 다른 언어가 동시에 들리고, 다른 속도의 보행이 교차하고, 서로 다른 규칙이 충돌한다. 그 결과 ‘시간’은 하나로 정착하지 않는다. 초문화적 일상은, 한 가지 리듬으로 정리되지 않는 상태를 매일 통과하는 훈련이다.
여기서 “Historicity”는 메시지(가사)로 전달되는 주제가 아니라, 리듬이 우리를 ‘배치’하는 방식인 것이다
중심이 흔들리고
분할이 계속 바뀌고
셋이 동시에 시간을 생산하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지금”을 하나의 단단한 현재로 소유하지 못합니다.
그때 듣기는 단순 감상이 아니라 일상의 혁명이 된다..
혁명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매일 자동으로 작동하던 습관-빨리 정리하고, 빨리 안정시키고, 빨리 결론 내리는 방식-이 이 곡 앞에서 자꾸 실패하는 데서 시작한다.
딥 리스닝을 위한 “구체 청취 포인트”
0:00–도입: 왼손/오른손이 “같은 속도”인지, “다른 속도”인지 구분해 보자(맞추려 하지 말고, 둘이 공존하는 상태를 유지.)
중반부: 드럼을 “박자기계”로 듣지 말고, 소리의 위치(앞/뒤), 밀도(성김/빽빽함), 질감(메탈/우드)을 기준으로 따라가 보자.
후반부: 베이스가 ‘지지’인지 ‘추진’인지 역할이 바뀌는 순간을 찾아보자 (당신의 몸이 먼저 반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