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Deep as Love Duration: 5’54’‘
Artist: Tord Gustavsen Trio
Album: Changing Places; Release Year: 2003; Label: ECM Credits
Tord Gustavsen, Piano ; Harald Johnsen, Double-Bass ; Jarle Vespestad, Drums Recorded: December 2001–June 2002, Rainbow Studio, Oslo
‘Deep as Love’는 “조용함”을 미학으로 삼되, 그 조용함을 배경음으로 흘려보내지 않게 만드는 곡이다. 트리오라는 가장 투명한 편성에서, 토르드 구스타브센은 피아노를 ‘앞에 나서는 악기’가 아니라 ‘공기를 정돈하는 악기’처럼 다룬다. 그래서 이 곡의 첫인상은 온화하지만, 몇 번 듣고 나면 그 온화함이 단순한 편안함이 아니라 감정을 대충 덮지 않는 절제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멜로디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단정하고, 노래처럼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 단정함이 가벼움을 뜻하지 않는 이유는, 멜로디가 “완성된 결론”으로 닫히기보다 “열린 질문”처럼 남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정답을 말하지 않고, 문장 끝을 조금 남겨두는 방식으로 여운을 만든다. 그 여백은 감상자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을 ‘스스로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이 조용한데 무겁게 들리는 지점은 바로 거기다. 소리가 크지 않은 대신, 청자의 내면이 커지도록 만든다.
하랄드 욘센의 베이스는 이 곡의 무게중심이다. 화려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음 하나가 놓이는 위치와 길이가 곡 전체의 기둥이 된다. 베이스가 “여기까지가 바닥”이라고 말해주기 때문에 피아노는 더 멀리 떠다닐 수 있다. 그리고 야를레 베스페스타드의 드럼은 박자를 세기보다 시간을 빚는다. 존재감은 크지 않은데, 그 미세한 터치가 곡의 맥박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셋은 서로를 밀어 올리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지탱’한다. 그래서 이 곡은 긴장감을 과장하지 않아도 끝까지 집중이 유지된다.
‘Deep as Love’가 남기는 정서는 어떤 드라마가 아니라, 정직한 감정의 표면이다. 슬픔이나 기쁨 중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 어렵고, 다만 “깊다”라고만 말하게 된다. 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냈을 때, 사건의 상세보다 온도와 공기만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이 곡은 바로 그 온도를 음악으로 만든다. 복잡한 화성이나 난해한 전개로 깊이를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절제된 반복, 안정된 호흡, 그리고 ‘말하지 않는 부분’으로 깊이를 쌓는다. 그래서 듣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어느 날은 위로처럼, 어느 날은 회상처럼, 또 어느 날은 결심처럼 들린다.
청취 포인트
멜로디의 재등장: 같은 선율이 다시 나올 때, 피아노의 터치(강약/페달/잔향)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백의 타이밍: 소리가 멈춘 뒤의 “침묵”이 어디에서 길어지고 짧아지는지(곡의 감정선이 거기서 바뀝니다).
베이스의 톤과 길이: 베이스가 움직이지 않을수록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순간 음의 ‘길이’가 곡의 중력을 만듭니다.
드럼의 미세한 추진력: 박자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흐름이 처지지 않는 지점(심벌/브러시/가벼운 액센트의 역할).
트리오의 “한 문장” 합주: 누가 솔로인지보다, 셋이 동시에 문장을 완성하는 순간(같은 방향으로 숨을 쉬는 느낌)을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