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Refuge Duration: 12’16’‘
Artist: Andrew Hill Album: Point of Departure Release Year: 1965 Label: Blue Note
Andrew Hill (Piano), Kenny Dorham (Trumpet), Eric Dolphy, Alto Saxophone (on “Refuge”), Joe Henderson (Tenor Saxophone), Richard Davis (Double-Bass)
Tony Williams (Drums) Recorded by Rudy Van Gelder (Van Gelder Studio, Englewood Cliffs, New Jersey; March 21, 1964 session) Produced by Alfred Lion
Refuge는 피난처가 아니라 기준점의 이동이었다
Andrew Hill의 “Refuge”는 청취자를 편한 곳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한 번 잡힌 것처럼 보이던 기준점을,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금씩 옮겨 놓았다. 박이 정리되는 듯하다가도 곧 다른 각도로 기울었고, 앙상블이 합의한 듯한 흐름은 다음 순간 다른 합의로 교체됐다. 이 곡이 만드는 긴장은 “복잡해서 이해가 어렵다”는 종류가 아니었다. 확실하다고 믿는 감각이 계속 갱신되는 과정에서 긴장이 생겼다.
앨범의 태도: 결론 대신 출발을 택했다
“Refuge”가 실린 Point of Departure는 제목의 배열부터가 단정한 결론을 피했다. 도착, 완결, 안정 같은 언어 대신 출발, 비행, 수도원, 피난처 같은 단어들이 전면에 나섰다. 이 목록은 어떤 감정을 약속하기보다, 음악이 작동할 규칙을 미리 확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Refuge”는 그 태도를 가장 기술적으로 실행한 트랙이었다.
형식을 남겨두고, 안정감만 빼냈다
곡의 첫 인상은 의외로 단정했다. 완전히 해체된 무질서가 아니라 윤곽이 있는 질서가 제시됐다. 하지만 그 윤곽은 청취자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아니었다. 윤곽이 선명할수록, 그 위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이동이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 곡의 설계는 그 지점을 이용했다. 형식을 남겨두고, 형식이 주는 안정감만 조금씩 빼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음악은 “흔들린다”기보다 “이동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리듬 섹션: 바닥을 깔면서 바닥을 질문으로 바꿨다
이 곡에서 리듬 섹션은 받쳐주는 역할로 머물지 않았다. 드럼은 시간을 고정하는 대신, 시간이 고정되기 직전의 여지를 계속 남겼다. 베이스는 바닥을 깔면서도, 어느 순간 바닥의 위치 자체를 질문처럼 만들었다. 그래서 박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다시 배분됐다. 피아노는 그 위에서 화성을 설명하기보다 프레임을 조정했다. 프레임이 움직이면 같은 음형도 다른 의미를 얻는다. “Refuge”는 그 효과를 반복해서 증명했다.
관악기: 감정의 과장이 아니라 규칙의 밀도를 바꿨다
관악기들의 역할도 “솔로의 캐릭터”로 요약되지 않았다. 트럼펫이 상대적으로 명료한 구간을 만들면 그것은 안전지대가 아니라 기준점이 됐다. 기준점이 생기면, 그 다음에 벌어지는 이동이 더 정확히 들린다. 테너 색소폰은 문장을 완결하기보다 완결이 만들어내는 정리감을 유예했고, 그 유예는 곡의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기보다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알토 색소폰과 베이스 클라리넷은 “특이한 소리”로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자연스러운 배치인가라는 규칙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개입했다. 낯섦은 감정이 아니라 규칙에서 발생했다.
제목 Refuge: 위로가 아니라 ‘인지적 피난’이었다
이 곡에서 피난처는 정서적 안식처가 아니었다. 청취자가 자동으로 붙잡는 안정적인 시간 감각 즉, “여기가 1이고 다음이 2다”라는 확신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만드는 기술에 가까웠다. Hill은 그 확신을 한 번에 부수지 않았다. 조금씩 옮겨 놓았다. 그리고 그 미세한 이동이 오히려 오래 남는 흔들림이 됐다.
딥 리스닝을 위한 청취 포인트
초반 1분 동안 그루브를 “잡는” 대신, 그루브가 어떻게 합의되는지 관찰해봅니다.
드럼이 시간을 정리하는 순간과 정리 직전의 여지를 남기는 순간을 분리해서 들어봅니다.
베이스를 단순한 바닥이 아니라 바닥의 위치를 바꾸는 힘으로 들어봅니다.
피아노를 코드 안내가 아니라 프레임 조정 장치로 들어봅니다.
관악기 솔로를 감정표현이 아니라 규칙 변경의 징후로 찾아봅니다.
끝부분에서는 “정리”를 기대하기보다, 정리되지 않음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확인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