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Will I Die, Miss? Will I Die? Duration: 10’20’‘
Artist: Avishai Cohen
Album: Cross My Palm With Silver Release Year: 2017 Label: ECM
Credits / Personnel
Avishai Cohen, Trumpet
Yonathan Avishai, Piano
Barak Mori, Double-Bass
Nasheet Waits, Drums
Produced by Manfred Eicher
Recorded: September 2016, Studios La Buissonne, Pernes-les-Fontaines, France
아비샤이 코헨(Avishai Cohen)의 2017년 앨범 Cross My Palm With Silver는 사적인 애도의 기록이었던 전작 Into the Silence 이후에 나온 작품이다. Into the Silence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상실을 중심에 두었다면, Cross My Palm With Silver는 그 시선을 조금 더 바깥으로 돌린다. 세계의 폭력, 정치적 무력감, 그리고 그 앞에서 음악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이 앨범의 배경에 놓여 있다.
그중 첫 번째 수록곡 “Will I Die, Miss? Will I Die?”를 소개한다.
제목부터 피하기 어렵다. “선생님, 저 죽나요? 저 죽게 되나요?”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문장은 음악을 듣기 전부터 이미 청자를 어떤 윤리적 자리로 데려간다. 이 곡은 단순히 슬픈 분위기의 발라드가 아니다. 죽음에 대한 질문을 감상적인 방식으로 장식하지 않고, 그 질문이 던져진 순간의 공포와 무력감을 긴 호흡의 앙상블 안에 남겨두는 곡이다.
아비샤이 코헨의 트럼펫은 여기서 울부짖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이 말하지 않으려는 듯한 태도로 시작한다. 소리는 맑지만 차갑고, 선율은 분명하지만 쉽게 닫히지 않는다. 트럼펫은 비극을 설명하는 목소리라기보다, 비극 이후에도 남아 있는 숨의 형태에 가깝다. 그 숨은 길게 이어지지만 안정적이지 않고, 흔들리지만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 곡에서 중요한 것은 ‘느림’ 자체가 아니다. 느림을 통해 만들어지는 긴장이다. 10분 20초라는 시간 동안 음악은 극적인 폭발을 향해 직선적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대신 작은 음의 변화, 쉼표, 드럼의 미세한 반응, 피아노의 간격, 베이스의 낮은 진동을 통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그래서 이 곡은 조용하지만 편안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지만 무심하지 않다.
요나탄 아비샤이(Yonathan Avishai)의 피아노는 곡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트럼펫 뒤에서 화성을 두껍게 채우기보다, 필요한 순간에만 짧은 빛을 놓는다. 어떤 코드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곧바로 사라지고, 어떤 간격은 대답처럼 들리지만 완전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피아노의 절제 때문에 곡은 더 많이 비어 보이고, 그 비어 있음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진다.
바락 모리(Barak Mori)의 더블베이스는 이 곡의 바닥을 만든다. 화려하게 움직이기보다 음 하나하나의 길이와 무게로 공간을 지탱한다. 베이스가 크게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청자는 오히려 그 낮은 진동을 더 의식하게 된다. 마치 아무 말 없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처럼, 베이스는 곡의 슬픔을 설명하지 않고 버틴다.
나시트 웨이츠(Nasheet Waits)의 드럼은 이 연주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는 리듬을 강하게 고정하지 않는다. 대신 심벌의 번짐, 스네어의 작은 반응,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음악의 내부 기압을 바꾼다. 박자를 세우기보다 공기의 밀도를 바꾸는 드럼이다. 그래서 이 곡의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는 멈춘 듯하고, 어떤 순간에는 안쪽에서 조용히 흔들린다.
Cross My Palm With Silver는 앨범 전체가 앙상블의 대화에 집중한다. 이 곡에서도 아비샤이 코헨이 전면에 있지만, 곡의 핵심은 트럼펫 솔로 하나에 있지 않다. 네 명의 연주자가 하나의 질문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지는 데 있다. 트럼펫은 묻고, 피아노는 완전히 대답하지 않으며, 베이스는 질문의 무게를 붙들고, 드럼은 그 질문이 놓인 공간을 계속 바꾼다.
이런 점에서 “Will I Die, Miss? Will I Die?”를 듣는 일은 음악을 감상한다기보다 하나의 상태 안에 들어가는 경험에 가깝다. 곡은 특별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데도 쉽게 흘려들을 수 없고, 조용한데도 배경음악처럼 물러나지 않는다.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 자체보다 그 사이에 남겨진 침묵과 망설임, 끝내 해소되지 않는 긴장에 더 오래 귀를 기울이게 된다.
죽음에 관한 음악은 쉽게 과장될 수 있다. 그러나 아비샤이 코헨은 이 곡에서 비극을 크게 재현하지 않는다. 그는 소리를 낮추고, 공간을 남기고, 질문을 끝까지 닫지 않는다. 그 절제가 이 곡의 윤리다. 고통을 대신 말해버리지 않고, 고통이 남긴 침묵의 주변을 오래 듣는 것. 이 곡이 가진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작품, “Will I Die, Miss? Will I Die?”는 죽음에 대한 대답을 주는 곡이라기보다, 죽음의 질문 앞에서 음악이 어떤 자세를 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트럼펫은 선명하지만 단정하지 않고, 리듬은 느리지만 정지하지 않으며, 앙상블은 조용하지만 무겁게 살아 있다. 그 결과 이 곡은 아름답게 시작하지만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서늘한 질문 하나를 남긴다.
청취 포인트:
트럼펫의 첫 음색: 아비샤이 코헨의 톤이 슬픔을 직접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얇고 투명한 방식으로 긴장을 만드는 지점을 들어보세요.
느림의 구조: 이 곡의 템포는 단순히 느린 것이 아니라, 질문이 오래 사라지지 않도록 설계된 시간에 가깝습니다. 음악이 언제 앞으로 나아가고, 언제 멈칫하는지 느껴보세요.
피아노의 여백: 요나탄 아비샤이가 화성을 채우는 순간보다 비워두는 순간이 더 중요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대답하지 않는 피아노가 곡의 정서를 어떻게 깊게 만드는지 들어보세요.
베이스의 무게: 바락 모리의 베이스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곡의 바닥을 단단히 붙듭니다. 낮은 음의 길이와 잔향이 트럼펫의 불안을 어떻게 지탱하는지 느껴보세요.
드럼의 공기감: 나시트 웨이츠의 드럼은 박자를 지배하기보다 공간의 압력을 바꿉니다. 심벌과 스네어의 작은 반응이 곡의 긴장을 어떻게 이동시키는지 들어보세요.
질문의 잔향: 제목의 문장을 떠올리며 들으면, 이 곡이 왜 단순한 애도나 발라드가 아니라 ‘대답 없는 질문을 듣는 음악’인지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