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딥리스닝 재즈 라이브 강의에서는 이스라엘 출신 트럼페터 아비샤이 코헨(Avishai Cohen)을 함께 들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베이시스트 아비샤이 코헨과는 다른 인물입니다. 우리가 들은 아비샤이 코헨은 ECM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트럼펫을 화려한 기교의 악기라기보다 숨, 침묵, 기억, 상처의 악기로 들려주는 음악가입니다.
그의 트럼펫은 크게 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은 목소리로 말을 겁니다. 한 음을 오래 붙잡고, 그 음이 사라진 뒤의 공간까지 음악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는 “얼마나 잘 부는가”보다 “한 음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는가”를 듣게 됩니다.
아비샤이 코헨의 음악에는 마일스 데이비스 이후의 서정성, 중동적 선율, ECM 특유의 공간감, 그리고 현대 재즈의 긴장감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는 빠른 패시지나 높은 음으로 청중을 압도하기보다, 오히려 덜어내고 비워내면서 더 깊이 듣게 만듭니다. 트럼펫터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트럼펫으로 “많이 말하는 법”이 아니라 “한 음을 의미 있게 만드는 법”을 보여줍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ECM 앨범들, 특히 Into The Silence, Cross My Palm With Silver, Naked Truth, Big Vicious, Ashes to Gold를 중심으로 들었습니다. 죽음과 애도, 동시대의 불안, 침묵의 미학, 그리고 재즈가 록과 일렉트로닉의 질감과 만나는 순간까지 함께 따라가 보았습니다.
특히 Into The Silence의 “Life And Death”는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이 곡에서 트럼펫은 슬픔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낮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한 사람의 부재를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을 만듭니다. 소리가 울릴 때보다, 그 소리가 사라진 뒤의 침묵이 더 크게 들리는 음악입니다.
딥리스닝 재즈는 단순히 “좋은 곡을 추천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한 음악가의 삶과 소리, 한 곡의 구조와 정서, 그리고 우리가 그 음악을 듣는 순간의 마음까지 함께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어제 모임도 거의 라디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듣고 머무는 시간이었습니다. (화면을 켜지 않아도 괜찮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 앞에 오래 머무는 일입니다.)
아래에는 어제 Zoom 모임의 녹화파일과 강의 PPT 자료를 올려두었습니다. 이 자료는 유료 회원에게만 공개됩니다.
유료 회원은 양수연 딥리스닝 마스터가 직접 진행하는 라이브 강의에 참여하고, 이후 녹화파일과 PPT 자료를 다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함께 듣지 못하신 분들도 녹화본을 통해 천천히 따라오실 수 있습니다.
딥리스닝 재즈는 앞으로도 한 명의 음악가, 한 장의 앨범, 한 곡의 사운드를 깊게 듣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재즈를 배경음악이 아니라 삶과 마음을 더 깊이 듣는 통로로 만나고 싶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