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l Fuller & The Monterey Jazz Festival Orchestra featuring Dizzy Gillespie
Gil Fuller – arranger, conductor
The Monterey Jazz Festival Orchestra – big band ensemble
Dizzy Gillespie – featured soloist (trumpet)
1965 Pacific Jazz Records (Catalog No. PJ-93)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지만, 스스로를 반복해서 기록하지는 않았다. 1958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 페스티벌의 역사에서, 그 이름을 전면에 내건 공식 음반은 놀랄 만큼 적다. 이는 기록의 부족이 아니라 태도의 선택에 가깝다. 몬터레이는 재즈를 사건으로 축적하기보다, 제도로 유지해 왔다.
그 맥락에서 1965년에 발표된 Gil Fuller & The Monterey Jazz Festival Orchestra featuring Dizzy Gillespie는 하나의 예외이자 하나의 선언이다. 이 앨범은 시리즈의 일부도, 기념품도 아니다.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이 자신들의 재즈가 어떤 상태에 도달했는지를 단 한 번, 음악으로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후 CD와 스트리밍에서 여러 세션과 함께 묶여 유통되었지만, 역사적으로 ‘작품’으로 존재했던 형태는 이 단독 LP뿐이다.
이 앨범이 라이브가 아니라 스튜디오 녹음이라는 점은 중요하다. 여기에 우발성이나 긴장은 없다. 대신 통제된 음향, 명확한 구조, 그리고 대표성이 있다. 몬터레이가 남기고 싶었던 것은 무대의 열기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호출 가능한 기준이었다. 이 음반은 공연의 기록이 아니라, 재즈가 제도 안에서 어떻게 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다.
표지의 중심에 있는 이름은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지만, 이 앨범을 실제로 조직하는 인물은 길 풀러(Gil Fuller)다. 풀러의 편곡은 즉흥을 자극하기보다 관리한다. 솔리스트는 밴드를 흔드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정리된 언어를 대표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이 음반은 흔히 상호작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평가는 결함의 지적이라기보다, 이 앨범의 목적을 정확히 짚는다. 이 음악은 위험을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안정된 질서를 제시한다.
이 선택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곡이 ‘Angel City Blues’다. 이 곡은 이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장 길고, 가장 느리게 전개되며, 가장 노골적으로 편곡가의 권력을 드러낸다. 여기서 블루스는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구조적 어휘다. 긴장은 즉흥의 충돌에서 오지 않고, 오케스트레이션의 밀도와 배치에서 형성된다. 빅밴드는 반주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악기로 기능한다. Angel City Blues는 이 앨범이 무엇인지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이다.
그럼에도 청취의 경험은 논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 앨범을 다시 꺼내 들으면서, 가장 오래 머문 트랙이 Groovin’ High였다는 사실은 나에게 중요했다. 그것은 이 곡이 가장 새로웠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너무 오래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나에게 새로운 언어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언제부터 이 언어를 기준으로 삼게 되었는지를 조용히 상기시킨다.그래서 이 앨범에서 가장 좋게 들리는 곡이 ‘Groovin’ High’일 수 있다. Groovin’ High는 비밥의 핵심 문장이다. 너무 오래 살아남아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언어다. 이 트랙에서 디지 길레스피는 상징이 아니라 기억으로 들린다. 완전히 풀린 연주는 아니지만, 그가 왜 이 언어의 이름이 되었는지를 귀가 먼저 알아본다.
이 두 곡 사이에서 이 앨범의 성격이 선명해진다. Angel City Blues가 개념을 드러낸다면, Groovin’ High는 청자를 그 개념 안으로 끌어들인다. 전자는 이 앨범이 무엇인지 말하고, 후자는 이 앨범이 왜 계속 들리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에는 1965년의 재즈가 있다. 혁명이 진행 중인 언어가 아니라, 이미 정전이 되어 기준으로 울리는 언어의 상태다.⁶ 그래서 이 음반은 걸작이라기보다 문서에 가깝다. 그러나 그 문서는 건조하지 않다. 제도가 만든 언어는 때로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위험보다 오래 남는다. 몬터레이는 이 앨범에서 재즈를 뜨거운 사건으로 남기지 않았다. 대신 차갑게 오래가는 기준으로 남겼다. 이 단 한 번의 기획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바로 그 선택에 있다.
(양수연)
Reference
Monterey Jazz Festival, Festival History, https://montereyjazzfestival.org/about/history/
Discogs, Gil Fuller & The Monterey Jazz Festival Orchestra featuring Dizzy Gillespie – Master Release, https://www.discogs.com/master/319041
Ted Gioia, The History of Jazz, 2nd ed.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Barry Kernfeld, ed., The New Grove Dictionary of Jazz, 2nd ed. (London: Macmillan, 2002), “Gil Fuller.” Dizzy Gillespie with Al Fraser, To Be, or Not… to Bop (New York: Da Capo Pres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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