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음악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음악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이완이나 휴식 이상의 것이다. 특히 재즈, 그중에서도 키스 자렛의 음악은 긴장을 해소하기보다는 긴장을 다루는 방식을 바꿔준다.
연구들은 재즈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감정 조절과 기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우울감을 완화하고, 창의성과 인지 유연성을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설명들은 모두 유효하다.
그러나 키스 자렛의 음악을 실제로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 효과가 단순한 생리적 반응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자렛의 연주는 늘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멜로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리듬은 잠시 멈추거나 흔들린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청자는 음악을 “이해하려는 상태”에서 벗어나, 그저 귀를 열어두는 상태로 이동한다.
이때 마음은 더 이상 해야 할 일이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매달리지 않는다. 생각이 멈춘다기보다, 생각이 음악의 흐름에 자리를 내어준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열 곡은 스트레스를 지워주는 배경음악이 아니다. 오히려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고 있던 내적 소음들-걱정, 판단, 자기 점검-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주는 음악이다.
키스 자렛의 피아노는 청자를 조용히 몰입시키며, 집중과 이완이 동시에 가능한 상태로 이끈다. 정신 건강의 날, 혹은 유난히 숨이 가쁘게 느껴지는 날에 이 곡들을 들어보길 권한다. 무엇을 느껴야 한다고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음악은 이미 충분히 말하고 있고, 우리는 그저 듣기만 하면 된다. 딥 리스닝은 결국, 음악을 통해 자신에게 말을 덜 거는 연습이니까.
Keith Jarrett solo
The Köln Concert, Part I (앨범: The Köln Concert, 녹음: 1975, 발행: 1975, ECM)
Over the Rainbow (앨범: La Scala, 녹음: 1995, 발행: 1997, ECM)
Be My Love (앨범: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녹음: 1998, 발행: 1999, ECM)
Bremen / Lausanne, Part II (앨범: Bremen / Lausanne, 녹음: 1973, 발행: 1973, ECM)
Paris Concert, Part I (앨범: Paris Concert, 녹음: 1988, 발행: 1990, ECM)
Keith Jarrett Trio
6. When I Fall In Love (앨범: Standards, Vol. 1, 녹음: 1983, 발행: 1983, ECM)
7. My Foolish Heart (앨범: My Foolish Heart, 녹음: 2001, 발행: 2007, ECM)
8. It’s All In The Game (앨범: The Out-of-Towners, 녹음: 2001, 발행: 2004, ECM)
9. How Deep Is The Ocean? (앨범: At The Blue Note - The Complete Recordings, 녹음: 1994, 발행: 1995,ECM)
10. It’s Easy To Remember (앨범: Tribute, 녹음: 1989, 발행: 1990, EC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