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Dino Saluzzi Trio (디노 살루지 트리오)
Dino Saluzzi, bandoneon; José Maria Saluzzi, classical guitar; Jacob Young, acoustic steel-string guitar, electric guitar
Álbum Title: El Viejo Caminante (엘 비에호 카미난테), ECM Records, 2025
Recorded: April, 2023, Saluzzi Music Studio
전곡 듣기:
이 앨범은 밴도네온과 두 대의 기타라는 단출한 편성으로,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열어 보인다. 90세의 거장 디노 살루지(Dino Saluzzi)가 중심에 있었고, 아들인 호세 마리아 살루지(José Maria Saluzzi)가 클래식 기타로 곁을 지켰으며, 노르웨이의 제이콥 영(Jacob Young)이 스틸 스트링 어쿠스틱 기타와 필요할 때의 일렉기타로 또 다른 결을 더했다. 이 조합은 ‘가족’이라는 친밀함과 ‘국경을 넘는 협업’이라는 확장을 동시에 품었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한 사람의 서정이 아니라, 세 사람이 서로의 호흡을 조율하며 공간을 돌보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경로도 음악적이었다. 호세가 제이콥의 곡 “Terese’s Gate”에 매료되어 먼저 연락했고, 이후 방문 계획과 만남이 이어지며 실제 협업이 성사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 디노가 “셋이 함께하자”는 아이디어를 던졌다고 했다. 이 앨범은 기획서에서 출발한 음반이 아니었다. 좋아함이 연락이 되었고, 연락이 만남이 되었고, 만남이 레코딩이 되었다.
사운드의 핵심은 “감싸기”에 있었다. 두 대의 기타는 밴도네온을 “부드럽게 감싸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감싼다는 말은 반주를 의미하지 않았다. 클래식 기타는 소리를 점으로 놓으며 잔향을 남겼고, 스틸 스트링/일렉기타는 금속성 배음과 질감 변화로 방의 조도를 바꾸었다. 그 위에서 밴도네온은 멜로디 악기이면서 동시에 호흡기관처럼 작동했다. 음의 높낮이보다 압력의 변화가 먼저 들렸고, 그 압력은 곡의 정서가 아니라 곡의 “온도”를 조절했다.
이 앨범이 ‘탱고’와 ‘재즈’를 말할 때도 태도는 같았다. 디노는 탱고가 재즈를 말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했고, 제이콥은 전통이 달라도 즉흥, 듣기, 프레이징, 함께 이야기를 만드는 요소는 같다고 설명했다. 즉 이 앨범은 장르를 섞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통이 공유하는 “연주 윤리”를 확인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레퍼토리는 넓었지만 산만하지 않았다. 오리지널 곡들이 중심을 잡았고, 스탠더드와 외부 레퍼런스가 그 주변을 천천히 회전했다. “Northern Sun”, “Someday My Prince Will Come”, “My One And Only Love” 같은 곡들이 포함되었고, 이것들은 ‘커버’라기보다 ‘추상화된 재배치’로 작동했다. 원곡의 정답을 재현하는 대신, 원곡이 가진 시간감을 새로 조명했다.
이 앨범은 “서정”을 팔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조직하는 방식을 보여 주었다. 디노의 밴도네온은 멜로디를 앞세우기보다, 소리의 압력과 잔향을 통해 “여기서 말해도 된다”는 방의 규칙을 만들었다. 그 규칙은 선언이 아니라 호흡으로 작동했다. 그래서 이 앨범은 감정의 과잉을 피하면서도, 듣는 사람의 내부를 더 깊게 건드렸다.
딥 리스닝 관점에서 이 앨범은 “곡”을 듣기보다 “경계”를 듣게 한다. 소리가 시작되는 경계, 멈추는 경계, 잔향이 끝나기 직전의 경계, 기타가 밴도네온을 감싸는 경계, 그리고 청자가 의미를 만들려다 실패하는 경계가 계속 나타났다. 그 실패가 중요하다. 그 실패의 자리에서 청취는 자동화된 이해를 멈추고, 다시 몸으로 돌아왔다. 결국 이 앨범은 노년의 회고가 아니라, 노년의 현재형을 제시했다. “나는 아직 연주한다”가 아니라, “나는 아직 듣게 만든다”는 방식으로 현재를 증명한다.
딥 리스닝 청취 포인트 (관찰 질문)
밴도네온이 멜로디를 “말”로 만들기보다 “숨”으로 만드는 구간이 언제였는지 느껴보세요.
두 기타가 반주/솔로의 분업을 포기하고, 공간의 조도를 바꾸는 순간을 표시해 보세요.
박을 세려는 욕구가 생길 때마다 멈추고, 그 욕구 자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침묵인지 불확실성인지) 메모해보세요
“이해되지 않는데 좋다”가 발생한 지점을 한 군데만 골라, 왜 이해가 필요 없었는지 문장으로 남겨보면 어떨까요.
